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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폐허의 형상

작성자 공****(ip:)

작성일 2022-09-26 10:25:45

조회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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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남미의 대표 작가 가운데 하나인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이 작품은 콜롬비아 현대사와 정치 현실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한국의 현대사도 만만치 않지만, 콜롬비아 역시 제3세계 국가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나라였다.

1948년, 자유당 대통령후보 호르헤 엘리에세르 가이탄이 총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가이탄은 콜롬비아의 원주민, 가난한 사람을 대변하는 정치인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암살범 후안 로아 시에라를 그 자리에서 때려죽이고, 그 시체를 끌고 대통령궁으로 향하는데, 이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의 비호와 보이지 않는 명령이 있을 거라고 시민들이 믿었기 때문이다.

이때 대통령궁 앞에 있던 경찰들은 시민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이틀동안 2천 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소설은 박물관에 있던 '가이탄'의 옷을 훔치려다 잡힌 카르바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이탄의 암살과 그 몇 년 전에 발생한 우리베 장군의 암살, 미국에서 벌어진 케네디 암살까지 정치인의 암살 뒤에 드리운 음모를 상상한다.

다른 중남미 나라들처럼 콜롬비아도 스페인의 식민지를 겪었고, 19세기에 독립했다. 독립국가를 이룬 이후 정치분야에서 보수당, 자유당은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는데, '가이탄' 암살 사건을 전후해 약 10년 동안 나라 전체가 좌우 대립으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10년 동안 약 18만 명의 국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미국은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콜롬비아 군부는 자유당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보수당을 축출하지만, 1960년대 들어서면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각각 무장봉기를 일으키며 내전이 발생한다.

여기에 마약조직까지 내전에 끼어들면서 콜롬비아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의 어려움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좌우 대립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점차 약해지고 있지만, 마약 카르텔의 힘이 더 커지면서 콜롬비아의 사회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역사, 정치적 비극을 겪은 콜롬비아는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폭력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평온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폭력을 의식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가는 과거의 역사에서 발생한 폭력과 비극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거의 사건은 여전히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마음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물들이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의 역사도 '한국전쟁'과 '4.19혁명', '5.18광주민주항쟁', '87, 88 민주화투쟁'의 역사를 기억하는 세대가 있고, 이들의 삶과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의 심리적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다.

그럼에도 과거의 역사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새로운 세대는 그 역사에서 배운다.

소설의 역할 가운데 작가의 탁월한 솜씨로 역사를 다루는 것도 포함되는데, 소설은 '픽션'이므로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고, 역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과 상상을 결합하면, 독자는 전혀 새로운 역사를 만나게 된다. 그 만들어진 역사가 진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의 경험을 더 풍성하고 진실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건 작가의 능력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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